1. 복식과 장신구
본 작품은 8세 전후의 아직 관례를 치르지 않은 어린 왕세자를 설정하였다. 일반적인 사극에서는 어린 왕세자에게도 성년 왕세자의 관모인 익선관을 씌운 모습이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복식 제도를 확인하기 위해 관례 이전 왕세자의 관모와 복식에 관한 기록과 사진자료를 별도로 조사하였다.
관모는 대한제국기 영친왕과 이육 왕자의 기록사진을 주요 시각자료로 참고하였다. 사진에서는 관례 전 왕실 남성이 정수리 부분이 비어 있는 공정책(空頂幘)을 착용하고 있으며, 공정책 아래에는 복건을 받쳐 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이구(1931~2005)가 착용한 것으로 전하는 공정책 유물이 남아 있어, 사진자료와 현존 유물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문헌자료로는 『국조속오례의보서례』의 「왕세자 서연복제도(王世子書筵服制度)」와 「왕세자 관례 전 책복제도(冠禮前幘服制度)」를 참고하였다.
┃衮龍袍以黑緞爲之。制同殿下袍,而前後貼金四爪圓龍補。袍左右肩同。夏則用黑紗。
「왕세자 서연복제도」에는 왕세자의 곤룡포를 흑단(黑緞)으로 만들고, 왕의 곤룡포와 같은 형태를 따르되 앞·뒤와 양어깨에 사조원룡보(四爪圓龍補)를 붙이도록 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여름에는 흑사(黑紗)를 사용하고, 옥대와 신 역시 왕세자의 신분에 맞는 제도를 따르도록 규정하였다.
┃冠禮前,空頂幘……
이어지는 관례 전 복식 제도에서는 공정책(空頂幘)이 직접 언급되어 있어, 관례를 치르기 전의 왕세자가 성년 왕세자와 다른 관모를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은 작품의 연령 설정과 관모 선택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곤룡포의 색은 원문에서 ‘아청색’이 아니라 흑단(黑緞)으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는 이를 단순한 검정색으로 보기보다, 관련 왕세자 복식 연구와 재현자료에서 나타나는 짙은 청흑색 계열을 참고하여 아청색에 가까운 색조로 표현하였다. 가슴과 등, 양어깨에는 왕의 오조룡보와 구별되는 사조원룡보를 적용하여 왕세자의 신분을 드러냈다.
이처럼 작품의 복식은 하나의 사진이나 한 가지 자료만을 따른 것이 아니라, 기록사진에서 실제 착장 방식과 비례를 확인하고, 문헌을 통해 관모와 곤룡포의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단순히 ‘어린 왕처럼 보이는 인물’이 아니라, 관례 이전이라는 연령과 왕세자라는 신분이 함께 드러나는 모습을 재현하고자 했다.
공정책은 ‘정수리[頂]가 비어있는[空] 즉 위가 뚫려있는 책(幘)’의 의미이다. 책은 중국 한(漢)나라 이후부터 착용된 쓰개의 종류이다. 정수리가 빈 형태는 미성년자임을 상징하고, 따라서 공정책은 관례(성인식)를 올리지 않은 미성년이 착용하였다. 관례 전의 왕세자나 왕세손이 쌍동계 머리에 공정책을 쓰고 좌우로 비녀를 꽂았다. 인조 27년(1649)에 현종이 왕세손으로 책봉될 때 고증을 거쳐 창조되었고, 1930년대까지 제작되었다. 한말 왕실 사진을 보면, 공정책 밑에 복건을 받쳐 썼다.